한때는 “글은 사람만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문장은 감정이고, 생각이고, 개성이니까. 그래서 AI가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솔직히 믿지 않았다. 오늘은 AI 등장 이후 나의 글쓰기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작가로서 느낀 변화들을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 보려 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창작만큼은 인간의 영역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그 믿음은 ChatGPT와의 첫 만남 이후 깨졌다.단순히 맞춤법이나 문장 정리를 넘어서, AI는 아이디어를 함께 생각하고, 흐름을 잡아주고, 심지어 나보다 더 나답게 써줄 때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날부터 글쓰기에 AI를 들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나중엔 점점 더 적극적으로. 지금은 AI가 없는 글쓰기란 상상하기 어려운 단계에 와 있다.
글쓰기의 시작이 달라졌다 – 빈 화면 앞의 두려움이 사라짐
AI가 있기 전, 글쓰기를 시작하는 일은 언제나 작은 전쟁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빈 화면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첫 문장을 쓰는 데만 30분이 걸리기도 했다.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고, 써도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기 일쑤였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글을 쓰기 전, ChatGPT에게 묻는다. “이런 주제로 블로그를 쓰고 싶은데, 목차를 5개만 짜줘.”, “이 내용으로 도입부를 좀 써줄래?”,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문장을 추천해줘.” 그 결과, 글의 출발점이 훨씬 빨라지고 가벼워졌다.
AI가 제안해주는 구조나 키워드를 100% 그대로 쓰진 않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막막했던 시작점이 분명해지고, 그 위에 내 생각을 쌓아가기 쉬워진다.특히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AI는 거부감 없는 제안자 역할을 한다. 비판 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내가 그중에서 고르면 된다. 나처럼 생각이 많고 자주 멈칫하는 사람에겐 이만한 도우미가 없다.
문장의 리듬과 톤이 달라졌다 – ‘혼자 쓴 글’에서 ‘협업한 글’로
AI 도구, 특히 Grammarly, ChatGPT, Notion AI 등을 활용하게 되면서 내 문장의 리듬과 어조가 달라졌다.이전에는 문장이 들쭉날쭉했다. 너무 감정적으로 흐를 때도 있었고, 설명이 과도하거나 반복되는 경우도 잦았다. 그런데 이제는 쓰고 나면 AI에게 이렇게 요청한다. “문장 흐름을 더 자연스럽게 바꿔줘.”, “어조를 조금 더 차분하게 조정해줘.”, “독자가 지루하지 않게 다듬어줘.” 그럼 AI는 내 글을 읽고 문장의 순서, 표현 방식, 분위기를 조정해준다. 처음엔 “이건 내 글이 아니야”라는 느낌도 있었지만, 반복하면서 나는 점점 AI의 편집 방식과 내 스타일 사이에서 균형을 찾게 됐다.
이제는 글을 쓸 때 머릿속에 '내가 말하고 싶은 것'과 'AI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동시에 고려하게 된다. 덕분에 더 명료하고, 더 부드럽고, 더 읽기 쉬운 글이 나온다. 즉, 글쓰기의 최종단계가 ‘교정’이 아니라 ‘협업’이 된 셈이다.
글을 쓰는 이유도 달라졌다 –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가장 큰 변화는 글을 대하는 태도였다. 예전에는 글을 쓸 때마다 “이 글은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완성도가 괜찮은가?”라는 결과 중심의 생각을 먼저 했다. 글쓰기는 항상 성과를 전제로 한 작업이었다.하지만 AI와 함께 글을 쓰면서, 글쓰기는 점점 더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ChatGPT에게 내 고민을 설명하며 흐름을 정리하고, 감정이 뒤섞인 메모를 Notion AI로 요약하며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를 되돌아보게 된다.
AI는 판단하지 않는다. 단순히 받아주고, 정리하고, 질문을 던져줄 뿐이다. 그 덕분에 나는 ‘잘 쓰는 글’이 아니라 ‘진짜 내 생각이 담긴 글’을 쓰게 됐다. 그 변화는 미묘하지만, 분명히 깊다. 이제는 글쓰기 자체가 힐링이고, 생각의 정리이며, 나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AI는 그 과정에서 거울 같은 존재로 함께하고 있다.